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자신만 잘났고, 남은 다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치를 맡아서 하고 있다면 어떨까.
사리분별이 밝아 다른 사람의 잘못을 현미경으로 살피듯이 찾아내어 만천하에 폭로하고 오직 자신만이 옳다는 사람이 정치를 한다면 어떨까.
그런데 도덕경에서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다고 하니 좀 소름 끼친다.
도덕경 20장 전문.
결학무우 绝学无忧
유지여가 상거기하 唯之与呵 相去几何
선지여악 상거약하 善之与恶 相去若何
인지소외 불가불외 人之所畏 不可不畏
황시 기미앙재 荒兮 其未央哉
중인희희 여형태뢰 여춘등대 众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台
아독박시기미조 여영아지미해 我独泊兮其未兆 如婴儿之未咳
래래시약무소귀 儽儽兮若无所归
중인개유여 이아옥약유 众人皆有馀 而我独若遗
아우인지심야재 돈돈시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속인소소 아독혼혼 俗人昭昭 我独昏昏
속인찰찰 아독민민 俗人察察 我独闷闷
담시기약해 료시약무지 淡兮其若海 飂兮若无止
중인유이 이아독완시비 众人有以 而我独顽似鄙
아독이우인 이귀식모 我独异于人 而贵食母
도덕경 20장은 매 문장마다 그 해석에 있어 차이가 심해, 그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이미 여러 편에 걸쳐 설명을 했음에도 아직 3분의 2도 끝나지 않았네요..
계속해서 도덕경에서 이야기하는 도를 깨달은 지도자와 그렇지 못한 지도자의 차이가 뭔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아우인지심야재 돈돈시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나 我는 우둔한 사람 愚人의 마음 心을 가졌으니, 혼돈함과 같다 沌沌兮 .
앞서도 설명하였듯이 여기서 나는 노자를 가리키기보다는 도를 깨달은 위정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앞으로 계속 나올 속인은 일반인 이라기보다는 도를 깨닫지 못한 지도자로 봐야 한다.
여기서 우인 愚人은 어리석은 사람을 나타낸다.
우 愚는 원래 원숭이의 한 종류로 사람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원숭이를 나타내는 말이었으나, 후에 말귀를 못 알아먹는 우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돈 沌은 혼돈의 줄임말로 사리 분별을 못할 정도로 혼돈된 상태를 나타낸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사람들은 사리분별이 밝아 명리를 쫓는데 발 빠르지만, 나는 어리석어 그를 쫓지 않고, 내 마음은 혼돈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은 명석하여 서로가 자기가 옳고 남은 틀리다고 사리를 따질 때 그를 판별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도를 깨닫지 못한 지도자는 어떨까.
속인소소 아독혼혼 俗人昭昭 我独昏昏
속인 俗人은 소소 昭昭하고 나만이 我独 혼혼昏昏하다
속인찰찰 아독민민 俗人察察 我独闷闷
속인 俗人은 찰찰 察察하고 나는我独 민민闷闷하다.
소 昭는 밝은 빛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자신이 자신을 스스로 뽐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들이 자신을 떠받들게 하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다.
어찌 해석하든 본인이 스포트 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고 자신만 드러내기를 바라는 그런 행태를 말하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하든 성공은 모두 자기 덕이고 모두 자기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여기는 행태를 말한다.
찰 察은 무엇인가.
세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을 찾아내 비판하고 꾸짖고 벌을 주는 것이다.
남의 잘못을 현미경으로 들이밀고 세밀하게 찾아내서 비판하고 벌을 주는 것.
남의 장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잘못된 것 만을 찾아.. 봐봐..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하지 하고 만족을 얻으려는 행태를 이야기한다.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게 무엇이 나쁘다는 말인가.
현대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광고하는 시대라 하지 않는가.
자신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우릴 알아주고,
남의 잘못이 곧 내 앞길의 디딤돌이 되는 사회가 아니던가.
이 불공정한 사회에서 남의 잘못을 찾지 못하면 나에게 기회가 오겠는가.."
혹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도덕경은 이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만약 지도자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인다면 어떨까.
좋은 것은 모두 자신들이 한 것이고 만약 잘못되면 그건 모두 아랫사람들이 잘못해서 한 것이라 하는 것인데..
(요즘 위정자들의 행태와 비슷하긴 하다)
그런 사회가 우리 같은 서민들이 살기 좋은 사회일까.
도를 깨달은 지도자는 혼혼하고, 민민하여야 한다고 도덕경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혼 昏은 암혼의 약자로 어둠 속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드러나게 해 주는 것이다.
앞장에서 설명하였듯이 일의 성과를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의 덕과 공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민 闷이다.
민 闷은 별로 개이치 않는 마음이다.
주위사람들의 잘못을 크게 개이치 않고 그들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 보면 도를 모르는 일반 지도자는 자신을 드러내고 주변에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남들의 단점만을 찾아 쳐내려 노력하지만, 도를 깨달은 이는 주변을 독려하여,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장에서 20장의 마지막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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