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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20장. 망가-가슴을 넓게 펴라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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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도를 깨달은 사람은 가슴이 넓어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아닌 모든 이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할 때 

비로소, 국민들이 바르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도덕경 20장 전문.

결학무우 绝学无忧

유지여가 상거기하 唯之与呵 相去几何

선지여악 상거약하 善之与恶 相去若何

인지소외 불가불외 人之所畏 不可不畏

황시 기미앙재 荒兮 其未央哉

중인희희 여형태뢰 여춘등대 众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台 

아독박시기미조 여영아지미해 我独泊兮其未兆 如婴儿之未孩

래래시약무소귀 儽儽兮若无所归

중인개유여 이아옥약수 众人皆有馀 而我独若遗

아우인지심야재 我愚人之心也哉

돈돈시 속인소소 아독혼혼 沌沌兮 俗人昭昭 我独昏昏

속인찰찰 아독민민 俗人察察 我独闷闷

담시기약해 료시약무지 淡兮其若海 飂兮若无止

중인유이 이아독완시비 众人有以 而我独顽似鄙

아독이우인 이귀식모 我独异于人 而贵食母

 

황시 기미앙재 荒兮 其未央哉

드넓으니 荒兮 , 그 끝을 알 수가 없도다 未央 .

 

도덕경 20장은 다른 장과 다르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앞에서 살펴본, 위정자가 국가를 경영하는 3가지 경지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앞으로 알아볼 도를 깨달은 이의 생활태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 볼 점은, 대부분의 도덕경은 각 장에서 한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고, 다른 주제를 다루더라도 연관성이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20장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곽점초간본에서는 20장에 앞부분만 나오고, 두 번째 주제는 없는 것으로 보아 나중에 추가된 것이거나, 다른 장에 것이 잘 못 섞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기도 함을 미리 알고, 두 번째 주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20장의 두번째 주제는 도를 깨달은 위정자의 생활 태도에 관한 것이다.   

 

황시 기미앙재 荒兮 其未央哉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고 있는 왕필의 통행본에 황시荒兮로 나오고, 이를 넓고 먼 모양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그 해석에 있어서 한자를 보면 뭔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마왕퇴에서 출토된 백서본에 황시 荒兮 가 아닌 망가  로 나옴으로써 그 뜻이 명확해지게 되었다. 

 

그러기에 여기서는 마왕퇴의 백서본을 토대로 설명을 하겠다.

 

은 번체한자로 보면, 오른쪽이 신하 신이고, 왼쪽이 달월이 합쳐진 글자로, 신 은 본래 커다란 눈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따라서 이는 눈을 크게 뜨고 저 멀리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미앙 未央 은 그 경계가 없음을 의미하는데, 

이를 망과 같이 해석하면,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짐에 있어 그 끝이 없음을 나타낸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도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넓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이렇듯 도를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자는 계속해서 도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인희희 여형태뢰 여춘등대 众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台 

 

앞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를 하였지만, 도덕경은 그 어떤 고전보다도 잘못된 번역이 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구절도 그러하다 할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해석서를 보면,

희희 熙熙 를 희희양양 熙熙攘攘의 줄임말로 해석을 하여, 중인 众人, 다시 말해 대중이 모여서 번화하게 자리를 메우고 희희 락락하며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태뢰太牢는 제사에 쓰인 음식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양, 소, 돼지의 3종가축이 모두 제물로 쓰이는 거대한 제사를 나타낸다.

 따라서, 여형태뢰如享太牢는 마치 양, 소, 돼지가 모두 제물로 바쳐지는 가장 성대한 제사에  쓰인 음식을 먹으며 즐긴다는 의미이다. 

 

춘등대春登台는 봄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 같은 곳이다.

따라서, 여춘등대 如春登台 는 마치 봄의 제사를 지내듯 봄 제단에 올라 신을 맞이하듯 즐긴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이를 종합해서 보면, 

도를 깨닫지 못한 이들은 서로 모여 시끌벅적 떠들고 즐기며, 마치 태뢰와 같이 큰제사에 쓰인 제물을 나누어 마시고 먹고고, 봄에 제사를 마친 후 그  제단에 올라 봄기운을 즐기듯 삶에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 해석이 뭐 딱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서 수차례 이야기 했듯이 도덕경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 아니다.

도덕경은 이 시대의 위정자들이 보고 들으라고 쓰인 책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의 주체가 일반대중이 아니라, 이 시대의 도를 깨닫지 못한 위정자들 대상으로 해서 해석을 해야 만 정확한 해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희희 熙熙  는 고대 한자에서 광량光亮, 광명光明의 의미로 빛을 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도를 깨닫지 못한 위정자는 중인 众人 (백성)들로 하여금 밝고 반짝이는 눈 熙熙  (찬양과 경배의 의미)으로 자신만 바라보길 바라고 또, 그렇게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여형태뢰如享太牢는 큰제사를 마치고 그 제물을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 소, 양, 돼지고기를 같이 먹을 수 있는 그런 거대한 제사를 지내고 이를 나누어 먹는 것은 일반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이지만, 이를 그 시대의 황제나 귀족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부패한 귀족이나 황족들의 삶이 어떠했는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자신들은 매일 성대한 잔치를 벌여 즐기고 있지 아니하였는가.

여형태뢰如享太牢는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매일 큰제사에나 쓰일 법한 산해 진미를 즐긴다는 것이다. 

 

세 번째, 여춘등대 如春登台는 봄에 사람들이 신에게 제사를 지내듯이 자신이 이 무대에 올라 신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는 의미이다.

바로 자신이 신이라 생각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과거에 수많은 어리석은 황제들이 자신을 신이라 착각한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지 않았는가.

 

이를 종합해 보면, 

도를 깨닫지 못한 위정자는 백성들이 자신만을 숭배하길 원하고, (백성의 고통은 모른 채 하고) 자신은 환락을 즐기며, 스스로를 신이라 착각하며 제멋대로 정치를 펼친다는 것이다. 

 

도덕경 20장의 이 대목을 보면서 노자의 해학과 풍자가 참 대단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위정자란 뭐라 하였는가.

바로 성인이라 하지 않았던가.

성인 누구인가

바로 도를 깨달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이렇듯, 그 시대의 위정자들을 도를 깨달은 성인이라 치켰세워주면서 도덕경이 시작을 하는데,

20장에 이르러, 위정자들의 실생활을 까발리면서, 이러면 도를 깨달은 게 아니지 하고 통렬히 비판을 하는데, 

혹시 너는 이러고 있는 건 아니지 하고 물어보는 것 같다..

 

여기서 깊은 노자의 해학과 풍자를 느끼게 된다. 

 

다음장에서는 또 어떻게 위정자들을 까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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