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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7장, 두번째 - 성공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면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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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성공은 하기도 힘들지만, 그 성공을 오래 유지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하늘이 사람을 시험할 때에 어떻게 할까. 성경의 기도문에 보면, "시험에 들게 마소서"라는 표현이 있다. 성경에 보면, 시험에 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고난 속에서도 신앙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덕경에서는 하늘이 사람을 시험할 때에는 그에게 부와 권력을 준다고 한다.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권력과  부를 얻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본다는 것이다. 아~ 나도 하늘의 시험에 들고 싶다.

 

도덕경 7장 전문.

천장지구                                天长地久                                    

천지소이능장차구자              天地所以 能长且久者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以其不自生  故能长生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是以圣人后其身而身先

외기신이신존                        外其身而身存

비이기무사사                        非以其无私邪

고능성기사                            故能成其私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天地所以 能长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长生 

천지天地가 이럿듯所以 능히 길고 오래 가는 이유는 자신 스스로를 위하지 않기 때문이며以~不自生,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다能长生.

 

앞에서, 천장지구天长地久의 의미를 알아보았다. 

이럿듯 천지가 영원토록 변함없이 오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덕경에서는 그 이유가 자신의 이익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리를 탐하지 않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 하지 않으니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의 도를 본받아 성인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도덕경 7장에서는 먼저 하늘의 도를 이야기 하고, 바로 성인의 도도 하늘의 도와 같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是以圣人后其身而身先

성인의 도圣人之道도 이와 같으니, 그을 뒤에 둠으로써, 앞에 이르고, 

외기신이신존                        外其身而身存

(몸을) 밖에 둠으로 몸을 지키고,

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非以其无私邪  故能成其私

스스로 사심私邪을 가지지 않기에以~, 예로 부터 그 사심을 채울 수 있는 것能成이다.  

 

도덕경이 읽으면 읽을수록 대단하다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사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도 이상향인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인이 통치를 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철인 정치론이 있다. 그런데 철인이 왜 일반 대중을 위해 유토피아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철인이 단순이 위대하고 덕이 높은 사람이라 그런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서 그런 건가. 단지 철인이 좋은 위대한 성인이라 그래야 한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말 그대로 이상향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노자의 도덕경 또한 성인을 통한 바른 정치가 무엇이고, 성인의 통치는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런 바른 정치를 하는 게 백성을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결국은 바로 너희들, 성인들의 사심을 채울 수 있는 길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통치자의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통치 권력이 영원토록 오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통치 권력이 변함없이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사심을 버리고, 그 자신은 뒤에 서서 백성을 살피고, 이익과 이권에서 물러서 있을 때에 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몸을 뒤에 두거나 외부에 두라는 것이 마치 수양을 많이 쌓아야만 가능할 것 같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수양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어느 부서가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부서장이 그 성공은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하고 부하 직원들은 한 게 뭐냐는 식으로 행동하거나 말을 한다면, 그 누가 다음 프로젝트를 그 부서장과 같이 하고 싶겠는가. 

 

이러한 예는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춘추 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고, 2대 황제에 이르러 폭정과 폭압으로 국가가 극도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때 불세출의 영웅이 출현하니 바로 항우项羽이다. 우리가 한 번은 들어봤을 “역발산기개세力发散气盖世”라는 말이 바로 항우를 뜻하는 말이고, 사마천의 사기에 항우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 엄친아가 따로 없을 정도이며, 중국 역사에서 그는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사람이니, 얼마나 대단하다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진나라의 폭정에 맞서 항우의 휘하로 몰려들고, 이러한 천하 영웅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진나라를 무너뜨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불세출의 영웅으로 알았던 항우가 진나라를 무너뜨린 후에 그 공을 자신과 그 친족들이 독차지를 한 것이다. 그를 따랐던 그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홀대하고 공이 별로 없는 친족들과 천하를 나누어 가진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그 휘하의 영웅호걸들은 다시 흩어져 후에 한나라를 세우는 유방과 연합을 하게 되고, 결국 항우는 유방의 연합군에 의해 역사의 패배자로 사라지게 된다. 

 

이럿듯, 후기신后其身, 외기신外其身은 성공 후, 공을 혼자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다 같이 나누어 가지라는 의미도 있으나, 그 외에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데, 밑에 사람을 시기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의 부서나 팀에 자신 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서로 분란이 생기고 결국은 그 팀이나 부서가 깨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의 고대 4대 소설 중 하나인 수호지에 이러한 상황이 잘 나와 있는데, 살펴보면 내용은 이렇다. 

사실 우리가 손오공의 서유기西游记나 유비, 관우, 장비의 삼국지三国演义 이야기는 그래도 좀 듣고 알아도, 송나라 의적들의 이야기인 수호지水浒传에 대해서는 별로 익숙하지 않다. 이는 예를 강조하는 유학이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의义와 협을 이야기하는 수호지가 정서에 맞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수호지는 아직 요나라가 쳐들어 오기 전의 송나라 시절, 산동성에 있는 양산박梁山伯이라는 도적산채에서 활약한 108인의 영웅이야기인데, 이 108인의 영웅들이 양산박에 모이는 과정에서 앞서 이야기 한 후기신后其身, 외기신外其身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양산박은 성이 왕이라는 산적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왕두목은 도적질도 하지만, 의협을 발휘하여 좋은 일도 많이 한듯하다. 그래서 주변에 의리 있다는 명성을 작게나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국가의 폭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왕두목은 그들을 잘 보살펴 주었다. 여기까지 보면 참 그럭저럭 괜찮은데, 어느 날 간신배의 모함을 받은 80만 금군 대장이었던 임총이 찾아온 것이다. 그전까지 찾아온 이들은 왕두목 자신 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괞찮았는데, 임총이 누구인가 송나라 최고 부대인 금군을 훈련시키던 사람이 아닌가. 왕두목은 임총을 어떻게든 내보내려 하고, 그런 모습을 본 임총은 소문에 의협이 있다 하여 찾아왔는데 이거 순 좀팽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 결국 나중에 들어온 조개晁盖일행과 합세하여 왕두목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임총은 자신은 산채의 두목이 될 생각이 없다고 조개에게 두목 자리를 양보한다. 

 

그 후 조개는 양산박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도적질이 아닌 의적이 될 것을 천명하여,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펼친다替天行道,는 기치 아래, 그 이름을 천하에 떨치게 되는데, 그런데 여기서, 천하에 양산박의 의협을 떨치는데 앞장선 이가 바로 송강宋江이라는 이인자이다. 송강은 조개를 진정 큰 형님으로 섬기었고, 조개 역시 송강의 의협을 높게 샀지만, 자신의 부하들의 뜻을 모아 행하는 모든 성공이 송강이 선두에 서서 이루어 내는 것에 시기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이번에는 필히 자신이 나아가 적을 물리치겠다고 나서게 된다. 그리고,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싸움에 나가 활에 맞고 죽게 된다. 

 

결국, 왕두목은 새로운 인재를 두려워한 것이고, 조개는 부하의 능력을 시기 함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에 왕두목이나 조개가 도덕경 7장의 내용과 같이 후기신后其身, 외기신外其身하였다면, 부하들이나, 적의 손에  죽임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노자는 도덕경에서 후기신后其身, 외기신外其身하는 이유가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를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최고의 사심은 결국 그 권력을 오래 가져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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