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성공은 하기도 힘들지만, 그 성공을 오래 유지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하늘이 사람을 시험할 때에 어떻게 할까. 성경의 기도문에 보면, "시험에 들게 마소서"라는 표현이 있다. 성경에 보면, 시험에 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고난 속에서도 신앙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덕경에서는 하늘이 사람을 시험할 때에는 그에게 부와 권력을 준다고 한다.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권력과 부를 얻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본다는 것이다. 아~ 나도 하늘의 시험에 들고 싶다.
도덕경 7장 전문.
천장지구 天长地久
천지소이능장차구자 天地所以 能长且久者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以其不自生 故能长生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是以圣人后其身而身先
외기신이신존 外其身而身存
비이기무사사 非以其无私邪
고능성기사 故能成其私
천장지구 天长地久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 - 하늘과 땅은 변함없이 오래간다는 의미.
90년대 홍콩영화가 활발하던 시기, 유덕화, 오천련 주연의 "천장지구"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유덕화가 오천련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질주하던 장면이 인상 깊었던, 천장지구란 말과 같이 영원토록 변치 않을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천장지구天长地久, 하눌과 땅은 변함없이 오래간다는 의미인데, 이는 주역의 팔괘 중 건괘에서 가져온 말이다.
도덕경은 노자가 쓴 책이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고문들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이 노자가 누구인가를 추정할 때, 주나라의 국립 도서관을 관장하던 관리가 아니었겠는가 하고, 그중에 노담이라는 인물이 아니였을까 추측을 하는 것도, 도덕경에서 보이는 박식한 지식과 다양한 고문을 인용하는 하여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도덕경은 다양한 고문들을 인용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두 가지 책의 내용을 유난히 많이 인용하였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주역周易으로 알고 있는 역경易经이며, 다른 하나는 서경书经이라 불리는 상서尚书이다.
역경은 주로 하늘의 도天之道를 설명하는 문장에 인용이 많이 되었고, 상서는 성인이 도圣人之道를 이야기하는 곳에 많이 사용되었다. 여기의 천장지구天长地久는 하늘의 도天之道가 어떠한 가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역경易经의 건괘乾卦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역경의 64 괘는 8괘를 기본으로 하여, 그 8괘를 서로 두 번 교차하여, 8x8=64로 64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경의 64괘를 이해하려면 필히 8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들은 이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연구하였다. 지금은 원자니 분자니 하며 그 구성요소를 파악하지만 고대에는 그런 기술이 없어 눈에 보이는 물질로 그 기본 요소들을 규정하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세상을 이루는 물질이 4개의 원소로 되어 있다고 믿었고, 이를 4 원소로 하여, 물, 불, 흙, 공기가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고대 동양은 어떠했을까. 동양에서는 세상의 구성이 4 원소가 아닌 8 원소로 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원소들이 서로 교차하여 변화를 만들고 그를 통해 세상이 만들어지고 운행된다고 믿었고, 이러한 운행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 원소들의 특성을 연구하여 이름을 붙였는데 그것이 바로 8괘이다.
여기서 8괘를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으나, 천장지구를 알기 위해 8괘 중 하나인 하늘에 대해 알아보자.
하늘이 특성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덮어주는 보호막이며, 그 역할을 하루도 쉬지 않고 변함없이 묵묵히 수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을 가리켜 건乾이라고 한다. 그래서 건괘乾卦는 하늘을 나타내는 괘卦인 것이다.
건乾이란, 하늘의 대표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써 강건刚健을 의미한다. 강刚이란 강함을 의미하고, 건健은 오래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하늘은 강하면서 그 강함이 변함없이 오래 간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건乾인 것이다.
도덕경에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도를 설명하는데, 우리는 주로 물에 비유한 것을 자주 인용해 쓰지만, 가장 많은 비유로 나오는 것은 바로 천지天地이다. 천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테두리이며, 그 속에서 생노병사를 겪고, 그속에 환희도, 사랑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녹아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의 삶이 바로 도 속에 있다는 의미이며, 천장지구天长地久라는 말과 같이 영원토록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필히 도를 깨달아 그를 본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지로 비유된 도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도덕경 2장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오래간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특히 그것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권력이나 재물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변함없이 오래 가져갈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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