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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5장, 세번째 이야기, 말이 아닌 행동을 하라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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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천지가 운행하는 원리는 고대에 화로에 바람을 넣는 풀무와 같아 그 속이 비어있어 아무것도 없는 듯하나 일단 움직이면 바람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이렇듯 성인의 바른 다스림도 시끄러운 말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듯 있는 듯해도 일단 움직이면 새로움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도덕경 5장 전문.

천지부인  이만물위 추구      天地不仁   以万物为刍狗

성인부인  이백성위 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천지지간 유탁약후          天地之间   其犹橐龠乎

허이불굴  동이유출              虚而不屈   动而愈出

다언수궁  불여수중              多言数穷   不如守中

 

천지지간  유탁약후              天地之间   其犹橐龠乎

천지天地의 공간은 그것이 마치 탁후橐龠와도 같다乎.

 

탁후橐龠가 무엇인가.

과거 쇠를 달구기 위한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네모난 상자로써 한쪽에는 밀대가 있어 힘껏 밀면, 다른 한쪽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이 있어 그리로 바람이 나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풍상 또는 풀무라 불렀고, 풀무질을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화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천지지간도 이렇듯 풀무와 같이 속이 비어 있듯 빈 공간이라는 것이다. 

 

허이불굴  동이유출              虚而不屈   动而愈出

비어있으나 없는 것이 아니고, 움직이면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愈出.

 

천지는 풀무와 같이 비어 있으나, 결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며,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많은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의미로, 허는 도가 철학에서 단지 비워있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담고, 만드러 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이들은 허가 불교의 공과 비슷한 의미라고도 이야기를 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렇듯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냥 보면 비워져 있는 듯한데, 일단 움직이면 모든 것이 넉넉히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다언수궁  불여수중              多言数穷   不如守中

이 많으면, 실제 행함이 적으니, 이는 중심을 잡고 실행하느니만 못하다不如.

 

도덕경에서는 말만 많고多言, 선전 선동으로 백성을 기만하는 것을 경계하고, 오직 행동으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누가?, 바로 위정자가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천지를 풀무에 비유하면서, 조용히 있으되 일단 실천을 하면 백성을 위해 바른 정치를 펼치는 것임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정론만 많고多言 실제 하는 일이 없는数穷 위정자들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언多言이란, 서로 의견이 많다는 의미로, 의견을 위한 의견만 내놓는 상태를 말하는 것도, 수궁数穷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가 요즘도 많이 쓰는 수를 읽는다 라는 표현 의 수가 바로 이 수数이고, 궁은 다 쓰고 없는 상태로 생활이 궁핍하다 할 때의 바로 그 궁이다. 

 

남의 잘못은 잘 보면서 자신의 잘못은 눈감고, 이를 감추기 위해 말로 선전 선동을 하는 그런 정론만 일삼으면, 결국 뭔가를 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지고, 그저 말싸움으로 세월만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쓰다 보니 요즘 우리의 정치 현실과 너무 비슷한 것에 놀랍네, 2000여 년 전 노자의 시대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이는 정치의 가장 최악인 상태인데, 남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서로 말로 치고받으며 세월아 네월아 하다 보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고, 그럼 그냥 유야무야 없던 일로 되는 것인데, 도덕경 5장은 이는 결코 위정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불여수중不如守中)

 

여기서 중은 중심으로 자연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도덕경에서 도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므로, 말로 대충대충 정치를 하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행부언지교行不言之教,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을 행하는 도를 본받아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바른 정치를 펼치라는 것이다.  

 

5장의 마지막 부분을 써놓고 보니, 일이 생기면 서로 비방하기에 바쁘고, 이렇게 비방을 한동안 치열히 하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흐려지면, 그냥 뭔일 있었냐는 식으로 유야무야 되는 모습이 오늘날 어쩜 이토록 현실 정치와 똑 닮았을 수가 있을까 놀라게 된다. 

 

참으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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