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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5장, 두번째, 성인불인-뇌물을 탐하지 마라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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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위정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바로 백성을 가엾이 여기는 인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세종대왕께서도 훈민정음에 이르길 백성을 가엾이 여겨 그 뜻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한글을 만들었다 하지 않았는가, 이렇듯 바른 정치의 시작은 백성을 가엾이 여기는 인의 마음인 것이다. 만백성을 바르게 이끌어야 할 성인이라면 마땅히 인자함을 그 기본으로 하여야 할진대 도덕경 5장에서는 왜 인자하면 안 되고, 인자하지도 말라고 하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민심은 천심이라 했는데 어찌 백성들을 추구로 삼으라 하나,  이런 망발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 도덕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덕경 5장 전문.

천지부인  이만물위 추구      天地不仁   以万物为刍狗

성인부인  이백성위 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천지지간  유탁약후              天地之间   其犹橐龠乎

허이불굴  동이유출              虚而不屈   动而愈出

다언수궁  불여수중              多言数穷   不如守中

 

성인부인  이백성위 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성인圣人은 불인不仁 하니, 백성百姓을 추구刍狗로 여긴다以~为~.

 

조선 시대도 그렇고, 옛날의 많은 왕조에서 백성 알기를 그저 하찮은 존재, 미천한 존재로 여겼다. 단지 집권자들에게 봉사를 해야 하는 존재로, 심지어 그들의 생명조차 위정자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물론 권력과 힘을 가지면 사람들이 오만해지고, 다른 사람 알기를 뭐 같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을 할 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사상적 근거를 고전古典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이때,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 바로 "성인부인 이백성위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이다.무릇 정치를 함에 있어서, 큰 뜻을 펼침에 있어 사소한 것(백성-추구)에 연연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백성百姓은 추구刍狗와 같아, 쓰고 나면 그냥 버리면 되는 하찮은 존재라는 것이다.  추구刍狗가 무엇인가, 제사祭祀에 쓰이는 들판에 흔하디 흔한 풀로 만든 개나 소 모양의 인형이 아닌가. 제사 중에는 마치 귀중한 존재인양 떠받들며 사용하지만 제사가 끝나면 (그 용도가 다하면) 그냥 버리거나 불태워 없애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이렇듯 백성도 필요하면 마치 뭔가 대단한 존재인양 떠 받들지만, 그 용도가 다하면 그냥 버리면 되는 존재라는 의미인 것이다.  요즘도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람을 쓸 때에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도덕경은 백성을 아끼고, 살기 좋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 이야기하는 것을 여러 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어찌 5장에서 백성을 추구이므로, 쓰고 버리는 존재라 한단 말인가.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하였지만, 도덕경은 해석에 논란이 많은 내용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5장의 "성인부인 이백성위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문장이다. 그러나, 도덕경이 어떤 책이고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정확히 안다면, 위와 같이 해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백성을 도구로 사용하고 싶은 잘못된 마음을 가진 위정자들이 있기에 이 문장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릇된 마음이 잘못된 해석을 만들고, 그러한 잘못된 해석을 진짜인양 철석같이 믿고 전파하여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 어찌 한두 번이던가, 요즘도 뉴스만 들여다보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문장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앞서 "천지부인 이만물위추구  天地不仁 以万物为刍狗" 이라 하여, 천지가 본연의 일을 행함에 있어 만물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단지 추구와 같이 하찮은 것으로 천지에 예를 표해도, 그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부인 이백성위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 성인(위정자)도 자신의 일을 행함에 있어서 백성들에게 뭘 바라지 말고, 단지 추구와 같은 하찮은 것으로 예를 표하더라도, 그를 고맙게 여기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불인不仁과 추구刍狗라는 단어로 유추를 해 봤을 때, 성인의 정치는 불인不仁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인이 무엇인가 앞서 설명하였듯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마음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맥과 혈연, 지연이 있는 사람만 사람으로 보는 그런 인不仁이라면, 자신에게 뭔가 이득이 되는 것을 갖다 받치는 사람만 사람으로 보는 인이라면 그러한 인은 결코 행해서는 안 되는 인인 것이다. 요즘에도 앞에서는 인자한 척하여 뒷구멍으로 온갖 더러운 짓을 다하고 뇌물을 처먹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가. 백성들은 삶이 어려워 겨우 들판의 풀로 추구刍狗 정도만 만들 수있을 뿐인데, 위정자라는 것들이 산 제물(뇌물)만 밝힌다면, 그걸 받아 처먹어야 겨우 행정 처리를 해준다면 어떨까, 그런 사회가 어찌 과거에만 있었고, 요즘은 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까.  

 

무릇 성인의 바른 정치란 고대에 백성들이 산 제물을 바치고, 심지어 목숨을 바치듯 뇌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가야 그저 마지못해 뭔가 해주듯 하는 그런 정치가 아니라, 백성들이 그저 들판에 자란 풀로 만든 추구刍狗로써 그 예를 표해도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성인부인 이백성위추구 圣人不仁 以百姓为刍狗"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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