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도의 역할은 무엇일까. 도는 세상이 있기 전부터 도는 존재하였고, 세상이 있는 현재에도 도는 존재하며, 세상이 끝이 나도 도는 존재 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러한 도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4장에서 도의 모습에 대해 보았다면, 6장에서는 도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도덕경 6장 전문.
곡신불사 시위현빈 谷神不死 是谓玄牝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玄牝之门 是谓天地根
면면약존 용지불근 绵绵若存 用之不勤
곡신불사 시위현빈 谷神不死 是谓玄牝
곡신谷神은 불사不死니, 이를是谓 현묘한玄 빈牝이라 한다.
우리가 예부터 일반적으로 보던 것은 왕필王弼본이고, 나의 문장들 또한 왕필王弼본을 기본으로 작성하고 있는데, 20세기에 전한 시대의 무덤인 마왕퇴에서 도덕경 백서帛书본이 발굴되게 된다. 백서帛书라 함은 글이 비단에 쓰여 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죽간에 쓰여 있으면 죽간본, 중동에서 발견되는 성서와 같이 양가죽에 적혀 있으면, 양피본이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는 왕필王弼본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시대적 상황이 다르거나, 저자가 보다 강조를 위해서나, 전해 지는 과정에서 오역이 되었거나 등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따로 시간을 내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백서帛书본에 따르면, 곡谷은 욕浴으로 표기 되어 있다. 목욕할 때의 바로 그 욕浴자이다.
곡谷이란 무엇인가 산과 산 사이의 깊게 파인 부분으로 우리가 계곡이라 부르는 바로 그 곡谷이다. 이렇듯 그 속이 깊게 비어있는 듯한, 그 속을 바라보면 까마득히 깊은 그 밑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러한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욕浴은 무엇인가. 그러한 까마득히 깊은 곳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 모습인 것이다. 바로 뒤를 이어 현빈玄牝이라는 글이 나오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곡보다는 욕이 원문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현은 도덕경 1장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듯이, 그 속이 너무 깊어 마치 검게 가린 듯해 그 안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빈은 무엇인가. 바로 암컷의 생식기, 자궁이다. 유학에서 여자의 생식기를 바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다 보니, 후대에 나오는 대부분의 해석서에서 이 부분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자에 시대에는 그러한 제약이 적거나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바로 적나라하게 표현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생식기의 역할이 무엇인가 바로 생명을 잉태하는 곳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특이한 점은 시위是谓이다.
시위是谓는 뭐가를 확정적으로 쓸 때 쓰는 것으로, "이건 바로 이거다" 하는 식으로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도를 이야기할 때, 사似, 약若, 유犹 등으로 "마치 ~인 듯하다"는 식으로 추측하듯 주로 표현을 하였는데 여기서는 도는 바로 생명을 잉태하는 근본이다라고 확언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왜 곡谷보다 욕浴이 원문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는 곡谷에 삼수변을 붙인 것이 욕浴으로 바로 생명의 원천인 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며, 뒤에 나오는 빈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곡谷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계곡에 물흐르는 것은 상식이고, 그래서 고대 한자에서는 곡과 욕이 혼동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종합해서, 곡신谷神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신神은 우리가 요즘 생각하는 그런 신神이 아니고, 자연의 영灵, 또는 기운 같은 것으로, 곡신谷神은 도道의 또 다른 표현이다. 도덕경에서는 도를 직접 쓰기도 하지만, 다른 것에 비유하여 쓰는 경우도 많은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곡신谷神이나, 앞으로 나올 상선上善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따라서, 곡신불사 시위현빈 谷神不死 是谓玄牝 도는 영원하고,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다. 라고 풀어 볼 수 있다.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玄牝之门 是谓天地根
현묘한玄 자궁牝의 문门은 천지天地의 근본根이다.
이 문장을 보면, 노자는 참으로 해학이 넘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문门이란 무엇인가.
바로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인 것이다. 문을 지나야 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정자가 아무리 많으면 무엇할 것인가, 바로 빈의 문牝之门을 지나야만 비로소 새 생명으로 잉태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야 천지로 만들어지고 만물도 생성할 것이 아닌가. 유학자들은 생식기를 바로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를 현빈의 문玄牝之门이라 표현했으니, 참으로 위트가 넘치지 않는가, 실로 웃음이 절로 난다.
면면약존 용지불근 绵绵若存 用之不勤
면면히绵绵 이어져 내려오니若存 써도 써도用 마르질 않는다不勤.
면면绵绵은 가녀려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끊이지 않고 길게 연결된 모습을 형상한 표현으로, 면면약존绵绵若存 있는 듯 없는듯 한데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곡신불사谷神不死에서 불사不死의 의미를 다시 설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해석이 애매한 것은 용지불근用之不勤에서 근勤이 무엇이냐 이다.
근勤이라 근면하다 부지런하다는 의미인데, 여기 그렇게 해석하면 전혀 말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고대에는 한자의 수가 현대와 같이 많지 않았기에 서로 음이나 모양을 빌어 쓰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것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왕퇴에서 발굴된 백서에 근勤이 근堇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근勤에서 힘력자力가 빠진 것으로 "제비꽃"이라는 글자이다. 뜻으로 보면 "써도 써도 제비꽃이 아니다"는 식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지만, 이는 근堇이라는 음을 빌려온 것으로 "다 쓰고 없다" 라는 의미의 소진消尽의 진尽과 중국어에서 발음이 같아 그 음을 빌려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면면약존 용지불근 绵绵若存 用之不勤을 풀이해 보면, (도는)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니, 써도 써도 (생명을 끊임없이 잉태하여도) 마르거나 소진되지 않는다.
도가 생명을 끊임없이 잉태하는 것을 암컷의 생식기에 비유하여 이렇듯 품위 있게 표현을 하는 노자의 해학에 탄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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