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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9장. 지이영지 -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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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데, 사람들은 왜 자신에게 모든 것을 채우려 하는가. 그 가진 것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늘의 도는 많은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채운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자꾸 가지려고만 하는 것일까. 

 

도덕경 9장 전문.

지이영지    불여기이   持而盈之  不如其已

췌이예지    불가장보   揣而棁之  不可长保

금은만당    막지능수   金玉满堂  莫之能守 

부귀이교    자유기구   富贵而骄  自遗其咎

공수신퇴    천지도      功遂身退   天之道

 

지이영지  불여기이    持而盈之  不如其已

가득한 잔을 옮기는 것은 그것을 덜어내느니만 못하다不如.

 

 持는 뭔가를 오래 유지한다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뭔가를 받쳐 든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고, 영은 뭔가 가득 채워진 모양이다. 따라서, 지이영지持而盈之는 뭔가 가득 찬盈 것을 받쳐 들고 움직이는 모양을 말한다. 

 

물이 가득한 잔을 들오 움직인다 생각을 해 보라, 잔이 작다면 그나마 다행으로 흘리지 않고 들고 다닐 수 있겠으나, 만일 그 잔이 무겁고 크다면 어떨까.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처음 신임사원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에는 모든 일들을 잘하려고 노력하고, 어느 정도 일을 흘리지 않고 잘 처리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가고, 관여해야 할 일도 넓어지다 보면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직급이 올라가면 그 밑에 부하직원이 있는 것이고, 그들과 업무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고전 중 하나인 삼국지에 보면, 아주 특출란 인물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제갈공명이다. 우리는 흔히 제갈공명이 유비를 도와 천하삼분지계라는 계책을 만들고, 촉나라를 세우는데 일등 공신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그가 바로 촉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도 일등 공신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촉나라를 망하게 한 일등 공신이 제갈공명인 이유는 바로 그가 너무 특출 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이 하는 일이 자신의 눈에 차지 않으니 모든 일을 본인이 직접 할 수밖에 없고, 삼국이 전쟁 중이라 다루는 일이 기밀인 것이 많다 보니, 비밀 유지를 위해 부하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가 워낙 특출 나기에 그가 세운 계략은 거의 모두 성공하였고, 그러기에 그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업무를 혼자 다 처리하니 그 체력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요즘말로 모든 정력을 갈아 넣어 "번아웃"이 되어 젊은 나이에 과로사로 세상을 뜨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죽으니, 그 누구도 그가 혼자 기획하고 실행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알지를 못하고, 혼자 특출 났기에 후배 양성이 되질 않아 촉나라에는 인재가 없게 되었고, 결국 몇 년 후 위나라에게 허망하게 무너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상황이 이러하니, 촉나라를 망하게 한 일등공신이 제갈공명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가득 찬 잔이 작다면 혼자서도 들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 잔이 크고 무거운 것이라면, 그 안의 물을 덜어 나누어 드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인 것이다. 이렇듯 세상의 일은 함께 협조하며 다 같이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췌이예지    불가장보   揣而棁之  不可长保

날까롭게 (만들기 위해) 두드린 것은 오래 보관长保 할 수 없다不可.

 

는 요즘은 남의 마음을 추측한다, 헤아린다 등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여기서는 (쇠를 강하게 하기 위해) 두드리는 동작을 말한다. 예는 날까롭다는 뜻으로, 어떤 이들은 날까로 울 예자와 글자모양이 비슷한 이 예자를 차용해 쓴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날까로 울 예자를 지금은 쇠금변( -> )을 사용하지만, 노자의 시대에는 철기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하여도, 글자의 변형에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 못하여, 당시에는 여전히 나무 목변(木 -> )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자가 살던 춘추시대에는 전쟁이 일상화된 그런 시대였다. 군인이 전쟁에 임해, 전투에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검이나 창 등의 무기를 날까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만이 일격에 적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 인 것이다. 지금이야 금속 제련 기술이 좋고, 쇠의 질도 좋기 때문에 날까로운 것을 다시 두드리고 할 필요도 없이 오래 가지만, 노자의 시대에는 그렇지 못하였기에 필히 전투에 임하기 전에 무기를 날까롭게 해야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전쟁이 빈번하다 할지라도, 바로 전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검을 매일매일 두드려 날까롭게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계속 날까롭게 유지하기 위해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쇠도 지치고, 사람도 지치게 되어 결국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마음과 같아 계속해서 욕심을 부리고 또 부리면서, 자신과 주변을 다구치고 또 다구 치면, 모든 것을 계속 이룰 수 있을 것 같으나, 결국은 모든 것을 잃고서야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00여 년 전의 일본을 생각해 보자.

1910년에 이미 조선을 병합 하였으나, 그에 만족하지 않고,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의 동북지역을  차지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1937년에 7.7 사변을 일으켜, 본격적인 대륙 정복 전쟁을 일으키더니, 더 나아가 동남아로 전선을 넓히고, 마침내,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결국 미국에 의해 패망하지 않았는가. 그로고 이것은 단순히 정복욕에 불타는 권력자만의 피해가 아니라, 당시 우리 조선은 물론 중국, 동남아에 이르는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고 수많은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무기는 필요할 때만 날까롭게 두드려야지, 시도때도 없이 날까롭게 만들면, 결국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모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금은만당    막지능수   金玉满堂  莫之能守 

과 옥등의 보화를 가득 쌓아 두고满堂, 그것을 잘 지킬 수能守 있겠는가莫~.

 

우리는 보통 보물을 표현할 때, 금은보화金银宝货 라고 하여, 금과 은으로 표현하는데, 고대에는 옥이 귀하였으므로, 보물을 금과 옥으로 표현한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금옥만당金玉满堂

, 이렇듯 집안 금과 옥등의 보물을 가득 쌓아 둔다면 어떻게 될까. 

주역에 보면, 집안에 보물이 가득 쌓아두기만 하면 3종류의 사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하나는 도둑이다. 

어떻게든 그 보물을 훔치려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는 집에 보안 시설을 설치하고, 집안 곳곳에 보디가드들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밖에 나갈 때에도 항상 보디가드들과 같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빌려달라는 사람들이다.

어느 정도 안면도 있고 친분도 있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진짜 급한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빌리러 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의 빌려 달라는 것은 그냥 달라는 의미로 갚을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이때 빌려주지 않으면, 그들은 온갖 중상모략으로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기에 집안 가득 금과 옥을 쌓아둔 이들은 사람들과 교분을 쌓기가 쉽지 않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세상을 봐야 하는 것이기에 밖에서는 항상 근엄하고 섣불리 근접하기 어려운 태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함 보아라, 그 누구 하나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은 이가 있는지, 그 속에는 혹시 누가 내 돈을 가로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같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가족이다.

두 번째 유형의 인간들을 피하기 위해 항상 근엄한 표정, 어딜 감히 다가와 하는 태도로 살아가는데, 집안에서 조차 그걸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집에서는 조금이나마 흐트러 지게 마련이고, 그 흐트러지는 틈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떼려야 떼낼 수 없는 사람들, 가족인 것이다. 그중에 가장 지독한 것이 바로 자식이다. 내 재산만 바라보고 사는 자식들, 어디 가지도 않고 틈만 나면 돈을 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어차피 나중에 이게 모두 자기거 되는 거 아니냐고 뻔뻔히 이야기하고 다닌다. 이거 죽여 살려, 어찌할 수가 없다. 

 

이렇듯 도덕경에서는 집안 가득 금과 옥을 쌓아 두는 것은 결국 자신 스스로 삶을 제한하게 되고, 인간관계를 망치며, 나아가 가족들, 소중한 자식들을 망치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망가진 삶 속에서 그 보물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되물어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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