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汉字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우리는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진정으로 집중하여 그 일을 처리하고 있는가. 진정 시작과 끝이 같은 가. 나는 한 가지 일에 매몰되어 온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을 느낀다. 생각이 많은 것인지, 주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유가 무엇이든 한 가지 일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우리도 그럴진대, 위정자들은 어떨까, 특히 선거에 자신을 도와준 이들이 많은 당선자들은 진정 국민들을 위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까.
도덕경 10장 전문.
재영백포일 능무리후 载营魄抱一 能无离乎
전기치유 능영아후 专气致柔 能婴儿乎
척제현감 능무자후 涤除玄览 能无疵乎
애민치국 능무지후 爱民治国 能无知乎
천문개합 능위자후 天门开阖 能为雌乎
명백사달 능무위후 明白四达 能无为乎
생지 축지 生之 畜之
생이부유 위이부시 生而不有 为而不恃
장이불재 시위현덕 长而不宰 是谓玄德
전기치유 능영아후 专气致柔 能婴儿乎
정신을 모아 하는 호흡专气이 능히能 어린 아기婴儿의 부드러운柔 (호흡과) 같이 될 수 있을까能~乎.
전기专气는 정기精气를 모아 정신을 집중하여 하는 호흡을 의미하는 것으로, 요즘말로 단전호흡이나, 기타 정신 수양을 위한 호흡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치유致柔의 치致는 "~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므로, 유柔, 즉, 부드러움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전기치유专气致柔는 정기精气을 모은 호흡이 막힘 없이 순행하여 부드러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막힘없이 부드러운 호흡의 최고 경지는 바로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호흡에만 집중하는 어린 아기의 사심없는 호흡인 것으로, 이 경지까지 오를 수 있겠는가 하는 반어법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 명상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된 책을 자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책에서는 명상의 첫 단계가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허하게 두는 것으로,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명상을 하기만 하면 그냥 마음이 비워져 있어서 아무 잡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맞는 건가 싶어 오히려 잡생각들을 먼저 떠올리고 이를 지워나가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다시 명상을 해보니 온갖 잡생각들이 가득하여 도무지 마음이 비워지질 않는다. 어릴 적에는 그리도 쉽게 비워지던 마음이 이제는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비워지질 않는 것을 보면 전기치유专气致柔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이제서야 느끼게 된다. 이렇듯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첫 단계인 호흡도 잡생각에 막혀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것들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렇듯 정신을 모으고, 호흡이 온몸을 막힘없이 순행할 수 있도록 하며, 그 경지가 어린 아기의 호흡과 같이 부드럽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 아무 잡념 없이 비워진 상태로 있었듯이, 수신修身(몸을 깨끗이하고), 수양修养(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도덕경 10장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수신修身 수양修养의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기에, 수 많은 해석서에서 도덕경 10장을 개인의 수신, 수양의 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계속 강조하지만, 도덕경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이 시대의 권력자, 위정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대만의 유명한 동양 철학 교수이신 증지강曾志强 교수는 도덕경을 이렇게 설명하셨다.
“동양사상의 원류인 역경易经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면 공자의 논어论语가 되고, 이를 위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노자의 도덕경道德经이 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치유 능영아후 专气致柔 能婴儿乎는 위정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영아婴儿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다.
성경에도 그렇고, 수많은 고대의 책 속에는 영아의 상태로 돌아가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영아婴儿란 무엇일까,
사람이 태어나면 영아부터 시작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장하게 된다. 바로 인생의 시작점이며, 사심이 없는 깨끗한 상태, 초심의 상태가 바로 영아婴儿 인것이다.
노자는 영아婴儿를 비유하여, 위정자들로 하여금 사심私心을 버리고, 초심初心을 지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나이가 들으니, 잡생각이 많아진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위정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처음 정치를 시작 할때는 그 누가 내 배 채우려 시작을 하였을까 만은, 선거를 도와주고, 정권을 잡을 수 있게 믿고 따라준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그들에게 한 자리씩 줘야겠고, 이레 저레 챙겨주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임기가 끝나고, 그러고 보니, 임기 내내 뭐 한 것이 없이 그저 자신들 배만 채운 꼴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온 정신을 모아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해도 영아의 호흡과 같이 부드러움(실행한 정책이 국민들의 삶을 진정 윤택하게 만드는 것) 에 다다르기 쉽지 않은데, 이놈 챙겨 주랴, 저놈 챙겨주랴, 그 속에 내 것도 빠지면 안 되니 내 것도 챙기랴 하다 보면 어디 전기专气(온 정성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를 할 수 있기는 한단 말인가. 아니 어찌보면 전기专气를 할 생각이 있긴 한건가 싶기도 할 것이다.
송나라 때 만들어진 정책 중에 "빈민구율법"이라는 것이 있다.
과거 수많은 왕조에서 빈민을 구제하는 정책을 많았으나, 대부분 큰 재난이 닥쳤을 때 행하는 일시적이며,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재난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폐지되곤 하였으나, 송나라에 이르러 이를 국가의 정식 정책으로 상시화 하여 실행을 한 것이다. 이 정책은 후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조선 초기부터 빈민을 구제하기 위한 국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조선이 망하던 순간 까지도 실행된 대표적인 국가 정책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송나라나 조선의 백성을 피폐하게 하고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이 "빈민 구율법" 이라는 것이다.
이 법의 근본 취지는 빈민을 위해 어려울 때 쌀을 빌려주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이를 갚는 좋은 정책이었으나, 이를 실행하는 위정자나 관리들은 빈민이건 아니건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쌀을 빌려가게 하여 자신의 성과를 높이고, 돌려받을 때 이자를 높이 쳐 받아 결국 고리대 같이 국민을 피폐하게 하고, 더 나아가 빌려줄 때 쌀에 쌀겨나 모래를 섞어 주고, 돌려받을 때 질 좋은 쌀로만 받으니, 업무 성과도 올리고, 자기 배도 채우니, 부패한 관리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정책이 없었던 것이다.
앞에서 위정자가 정책을 만들 때 딴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렇듯 두 번째에서는 아무리 좋은 취지로 정책을 만들어도 그 실행을 하는 이가 잡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국민을 피폐하게 하고 국가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전기치유 능영아후专气致柔 能婴儿乎 - 어린 아기(영아婴儿)와 같이 초심으로 돌아가 잡생각을 가지지 말고, 온 정성을 다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른 정치를 펼쳐 줄 것을 바라는 노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문장이 아니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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