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汉字로 풀어 읽는 도덕경이야기, 있다는 것, 유有와 없다는 것, 무无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노자의 도덕경이 비움을 강조하고, 무를 중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원문을 접하고 보니, 유와 무는 원래 한 몸이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와 무는 무슨 관계 일까.
도덕경 11장 전문
삼십복 공일곡 당기무 유차지용 三十辅 共一毂 当其无 有车之用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 埏埴以为器 当其无 有器之用
착호유이위실 당기무 유실지용 凿户牖以为室 当其无 有室之用
고 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故 有之以为利 无之以为用
고 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故 有之以为利 无之以为用
옛부터 이르기를故, 유有라는 것之은 이利로 쓰이는 것以为이요, 무无라는 것之은 용用으로 쓰이는 것以为이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유有는 실체가 있는 것이고, 무无는 실체가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유有를 이利라하고, 무无를 용用이라 하였는데, 합쳐보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용利用이라는 단어가 된다, 그러면, 이利는 무엇이고 용用은 무엇일까?
이利라는 글자는 모禾와 인刃이 합쳐진 글자이다.
모禾는 현대에는 벼 또는 곡식을 나타내고, 고대에서는 조를 의미하는데, 벼농사 전에 조를 주로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였든, 오늘날 우리가 모내기를 한다 할 때의 모禾가 바로 이것이다. 이 모禾가 자라 곡식이 되었을 때, 이를 빠르게 자르기 위해 날까로운 칼날, 인刃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利는 자른다는 의미이고, 이것이 잘 자른 다는 의미에서 순리顺利로, 빠르고 쉽게 자른다는 의미에서 편리便利등으로 의미가 확장되기도 하였다. 이는 다시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일이 순조롭다는 의미로, 생활이 편리하다는 의미등의 추상적 개념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곡식을 빠르고 편리하게 수확하였으니 이익利益이 발생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므로, 이利는 이익利益을 의미한다.
다시 한자 본연의 의미로 돌아와서 보면, 이는 칼날이 가지는 속성이다. 따라서 이는 어떤 사물의 본연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용은 그 본연의 속성을 사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덕경 11장에서 그 사용이 무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한 대목이 아주 인상 깊다.
도덕경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진쓰인 책이 아닌 그 시대의 위정자들을 위해 쓰인 책임을 상기해 본다면, 이 대목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삶의 여유와 건강등의 비움의 중요성을 우리 생활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였지만, 이는 어찌 보면 위정자들의 최고의 자리, 유의 자리에 있음으로써, 그 자리 본연의 속성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욕망과 탐욕, 이를 비움으로써, 무의 상태에 이르서서야 비로소 진정한 바른 정치, 용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욕망과 탐욕이 가득한 위정자가 어찌 바른 정치를 펼칠 수 있겠는가. 비움으로써, 비로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약간 다른 이야기 인데, 작년에 중국 쓰촨 성 성도에 있는 중국의 메타버스 연구 선두기업인 텐센트의 연구소에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우리에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설명을 해 주는데, 도덕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설명한 것이 인상이 깊어 여기에 소개를 하겠다.
유무상생 有无相生 생생부식 生生不息
현실 세계, 유有와 사이버 세계, 무无가 서로 상생相生하니, 새로운 세상이 무궁무진不息하게 열린다生生.
메타버스의 세계를 유와 무로 로 풀어낸 이 대목을 보며, 어쩌면 이제 도덕경도 메타버스로 풀이를 하면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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