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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동양고전

도덕경 12장. 치빙전렵

by 샤오야오윈자이티엔 202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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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탐욕이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듣지 못하게 하며, 일을 그릇 치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신을 황폐하게 하고, 그러한 사람을 재물의 노예로 만든다.  이렇듯 12장에서는 탐욕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것을 쫒았을 뿐인데, 어떻게 정신이 황폐해지고, 재물의 노예가 되는지를 알아보자.

 

도덕경 12장 전문

       오색 령인 목맹     五色令人目盲

        오음 령인 이롱     五音令人耳聋

        오미 령인 구상     五味令人口爽

치빙전렵 령인심 발광  驰骋畋猎令人心发狂

난득지화 령인 행방      难得之货令人行妨

시이성인위복부위목     是以圣人为腹不为目

          고거피취차         故取彼取此

 

 

치빙전렵 령인심 발광  驰骋畋猎 令人心 发狂

말을 달려驰骋 수렵을 하는 것畋猎이 사람의 마음을 발광发狂하게 한다令~.

 

말을 타고 수렵을 하는 것과 마음이 미쳐버리는, 발광发狂하는 것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고대에 말을 타고 사냥을 하는 것은 일반인은 할 수 없는 귀족이나 왕족들 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오락이었다. 

말을 잘 훈련시켜 준비시키고, 사냥 도구를 하나 하나 챙기고, 자신들만의 사냥터인 초원에 나아가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이 온갖 나팔과 북으로 동물들을 몰아오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북소리가 울리고, 온갖 동물들이 그 사이를 도망치듯 뛰어다니면, 말을 타고 그 동물들을 쫓아 활을 쏘며 이리저리 말을 달리는 귀족들의 오락인 것이다.

 

노자는 왜 이러한 사냥이 사람의 마음을 발광发狂하게 한다고 하였을까.

 

노자는 사람의 탐욕이 깊어지는 과정을 여기서 말을 준비하고, 초원에 나아가고,  북을 울려 동물 몰이를 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 비유를 한 것이다. 

 

처음 말을 준비할 때만하여도 다른 일들을 생각할 여유가 있지만, 일단 초원에 나아가 사방에 북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오직 사냥에 정신을 집중하여, 일단 목표물이 발견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말을 달려 사냥감을 쫓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탐욕도 이와 같아서, 처음 탐욕의 시작 단계에서는 두려움도 있고, 꼭 이래야만 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갈수록 발이 깊게 빠지게 되면, 결국 초심은 잃어버리고, 주위는 모두 탐욕에 가득 찬 사람들로 둘러싸이게 되고, 여기에 목표물이라도 하나 발견되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고 달려들게 되어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그런 과정을 사냥에 비유한 것이다. 

 

 

난득지화 령인 행방      难得之货 令人 行妨

얻기 어려운 보물难得之货이 사람의 행동을 방해한다令~.

 

얻기 어려운 물건이 무엇일까. 

바로 본인이 오매불망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일 것으로 물건 일 수도 있고, 그림 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매 불망 가지고 싶어 하던 것을 손에 넣게 되면 마음이 어떨까. 

아마도 이세상 모두를 가진 듯이 기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으로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잊고, 하지 않는 다면 어떻게 될까.  

 

고대에 상나라에 걸왕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고대에는 통일 왕조가 있기보다는 열방 시대라 하여, 주요 패권국이 있고, 주변 소국가들이 패권국을 떠 받드는 그런 구조였는데, 패권국인 상나라 서쪽에 위치한 주나라 문왕이 덕망이 높고, 세력이 점점 커지는 것이 었다. 이에 걸왕은 그들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처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계략으로 주나라 문왕을 잡아 드리게 된다. 그러나 문왕이 주위에 덕망이 높으므로, 바로 죽이질 못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문왕의 신하들이 문왕을 구하기 위해, 상나라 걸왕이 좋아하는 금은보화를 바쳐다. 그러나 주왕도 이미 그런 것은 많았기에 그저 좋아할 뿐,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왕의 신하들은 천하를 돌며 미녀를 몰색하여 그녀를 걸왕에게 상납하게 되는데, 이러한 천하의 미녀를 얻은 걸왕은 그날로부터  미색에 빠져 국정을 멀리하고, 역사에 길이 남은 술로 저수지를 만들고, 그 속에서 여인들과 온갖 지랄을 즐기는 주지 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 성어를 남기게 되고, 결국 문왕을 잡은 이유도 잊은 채 그를 풀어 주게 된다. 

후에 문왕은 상나라의 걸왕을 몰아내고, 주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봉건 체계를 이루게 된다. 

 

이렇듯 얻기 힘든, 난득지화难得之货는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하여,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들을 잊고, 그 욕망과 탐욕 속에 잠기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얻기 어려운 난득지화难得之货는 진짜 얻기 어려운 것일까?

 

물론 얻기 어렵기 때문에 난득지화라 하는 것은 맞겠으나 자신의 본연에 일에 충실히 임한 다면, 그 얻고자 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얻을 수 있는 것인 것이다. 

 

예를 들어, 갓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 1억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열심히 일해서 차근차근 높은 자리에 오른 다면, 이제는 1억이 아닌 10억 100억을 바라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얻기 어렵다는 것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므로, 이를 부정적인 방법으로 빨리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차분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면, 언젠가는 얻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던 것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떠다른 얻기 어려운 것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러한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바로 탐욕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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