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아무리 좋은 것도 법으로 정해하라 하면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위정자에게 본분을 지키기를 바라는 것을 어찌 글로 법으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런다고 그들이 지키겠는가.
어떻게 하면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도덕경 19장 전문
결성치지 민이백배 绝圣弃智 民利百倍
결인치의 민복효자 绝仁弃义 民复孝慈
결교치이 도적무유 绝巧弃利 盗贼无有
차삼자 이위문부족 此三者 以为文不足
고령유소속 故令有所属
견소포박 소사과욕 见素抱朴 少私寡欲
차삼자 이위문부족 此三者 以为文不足
위此의 세가지三者는 법文으로 정하기에는以为 그를 만족할 수 없다不足.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을 지키며, 민간에 도적이 없도록 하는 데는 오직 하나 통치자가 자신의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그 방법으로 노자는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결성치지绝圣弃智, 결인치의绝仁弃义, 결교치이绝巧弃利 이 세 가지는 통치자가 필히 지켜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이를 글로, 법으로 정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법이 정교하다 한들 그 속에는 필히 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글로 써서 이를 명심하게 한들 통치자 본인이 그럴 의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고령유소속 故令有所属
고故로 이러한 명령令은 그 본질所属을 알아야 한다有.
그러므로,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행하여야 하는 자가 그 본질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령令은 앞에서 글로 쓰인 것以为文을 이야기한다.
속属은 귀속归属의 줄임말로, 그것이 본래 속해 있는 것, 본질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
견소포박 소사과욕 见素抱朴 少私寡欲
소素를 보고见 박朴을 지키는 것抱으로,
사심私을 버리고少, 욕망欲을 자제하는 것寡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왕필의 통행본과 달리 전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곽점본에는 시소보박视素保朴로 되어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견见과 시视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견见은 보이는 것이고, 시视는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견见은 의도하지 않아도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다.
그에 반해 시视는 위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분명 차이가 있다.
포抱와 보保는 어떤가.
노자의 의미로 보았을 때는 포抱보다는 보保가 더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포抱는 포함하다, 또는 포용하다는 의미이다.
보保는 보호하다, 또는 어느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보保와 포抱가 중국어에서 발음이 유사하여 후에 포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볼 뿐이다.
그렇다면, 소素란 무엇이고, 박朴은 무슨 뜻일까?
소素는 아직 염색을 하지 않은 원래의 실이다.
옛날에 옷이나 면직물을 만들 때, 먼저 실을 짜내서 거기에 염색이나 기타 부가물을 첨가하여 옷이나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다.
따라서, 소素란 아직 가공되지 않은 본래의 순수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우리 실생활에 적용해 생각해 보면, 거짓으로 포장되지 않은 본질에 충실한 상태이다.
박朴은 아직 조각이 되지 않은 원목으로, 소박素朴하다의 소박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국가나 조직을 운영하는 자는 필히 소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자신을 과장하고, 부모의 힘을 빌리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으면 결국 앞서 말한 부정부패와 자신들 만의 커넥션이 만연하게 되고 백성 알기를 그저 벌레처럼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그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유교의 사서중 하나인 대학에서 위정자는 밝음으로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한 것이 바로 이 뜻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본질을 볼 줄 아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이 그러한 박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윗물이 흐린데 아랫물이 맑은 경우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것이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이를 통해 얻는 깨달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보았을 때, 노자의 도덕경이 누구를 대상으로 쓰였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박朴의 상태를 유지保하고, 소素를 봄见으로써,
결국에는 자신의 사심을 줄이고, 탐욕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자가 사리사욕을 버릴 때 비로소 사람들의 삶이 풍족해지고, 모두 각자가 지켜야 할 예를 지키며, 민간에 도적이 사라지게 되는 이상적인 사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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