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풀어 읽는 도덕경 이야기.
다들 잘났다고 떠드는 세상.
않떠들면 않알아주다 보니 일단 떠들고 보자는 세상.
행동은 없고 말로 다 해 쳐먹으려 드는 세상.
자신의 자리에서 할 도리를 다하질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도가 사라진 세상인 것이다.
도덕경 18장 전문
대도폐 유인의 大道废 有仁义
혜지출 유대위 慧智出 有大伪
육친불화 유효자 六亲不和 有孝慈
국가혼란 유충신 国家昏乱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六亲不和 有孝慈
육친六亲이 불화不和하니, 효자孝慈가 나타난다有.
대도가 사라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육친六亲은 가족의 기본 개념으로, 부부간, 부모와 자식 간, 자녀 간의 관계를 말하는데,
가족 간의 도道가 사라지면, 이렇듯 기본 구성원들 간에 불화不和가 일어나고,
그와 함께 효孝와 자慈가 나타난 다는 것이다.
여기서, 효는 자녀가 부모를 잘 받드는 것이고, 자는 부모가 자녀를 잘 보살 피는 것을 말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 중에서 이 문장만큼 그 해석이 극과 극인 것도 드물 것이다.
어떤 해석서에서는 이 문장을, 가족간 불화가 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효孝와 자慈가 나타나고,
바로 뒷 문장을 이어받아, 국가가 혼란할 때, 비로소 충신이 나온다로 많이들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을 하게되면 앞문장과 문맥상 맞지 않게 되고, 그리고 이문장의 대전제는 가족 간에 도가 사라지고, 국가에 도가 사라졌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보이는 효와 자는 부정정 의미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가족 간의 불화는 왜 일어나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다른 이가 좋아하지 않음에도 너무 강요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도란 무엇인가,
앞에서 보았듯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도가 사라져서 가족간에 불화가 생기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로 인해 효와 자가 나타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여기서 말하는 효와 자는 도가 살아 있을 때, 행동으로 하는 그러한 진정한 의미의 효, 자가 아닌 남들에게 들으라 말하는 행동이 없는 효와 자인 것이다.
부모는 "내가 이자식을 어떻게 키웠는데", "아플 때 힘들 때 다 내가 다 해줬는데" 등등
자식은 "때때로 용돈드리고, 뭐 어려움이 있나 수시로 찾아뵙고 다 하고 있다"등으로 이야길 하며 자신들은 좋은 부모고, 자식들은 자신들이 할 거 다 하는 효자라고 떠벌이는 것.
이것이 바로 효와 자가 넘쳐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 할 것은, 진짜 이야기하는 대로 행동을 한다면 절대 가족 간 불화가 일어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그저 행동은 없이 말로만 다들 잘났다고 떠들기에 불화가 생기는 것인 것이다.
국가혼란 유충신 国家昏乱 有忠臣
국가国家가 혼란昏乱할 때, 충신忠臣이 있다有.
이 문장도 위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과 같이 나라를 구할 충신이 나온다는 말이 아니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이유는 나라에 충신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인 이다.
쉽게 설명을 하면,
뉴스를 보면 요즘 나라를 위해서 뭘 한다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구국의결단을 하고 뭘 발표한다는 사람도 있고.
이러이러한 것은 모두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하는 이가 넘치고 넘치지 않는가.
이렇듯 나라를 위해 뭘 한다는 충신들이 넘치고 넘치는 데, 나라는 개판이 되어가는 것인지.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열심히 건물을 지었다는 데, 철근을 안 넣고 했다 질 않나.
지역발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노선이 왜 그 쪽으로 가야 하냐 물으니, 아님 말고 하질 않나.
친환경 에너지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멀쩡한 산을 다 깍아내질 않나..
왜 이리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충신들이 많아, 나라가 혼란스러운지...
노자는 18장에서 춘추전국시대에 대도가 사라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데,
근 3000년이 지난 요즘,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겨질 만큼 너무 비슷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문학 > 동양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 19장. 결인치의 - 선전선동하지 마라 (1) | 2023.09.13 |
---|---|
도덕경 19장. 결성치지-미신 너무 좋아하지 마라 (0) | 2023.09.02 |
노자 도덕경 18장. 도가 사라지니, 거짓이 판친다. (1) | 2023.08.28 |
노자 도덕경 17장. 관리의 4가지 등급 (2) | 2023.08.27 |
도덕경 16장. 세상이 어찌 공평할 수 있는가 (0) | 2023.08.24 |